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이 따뜻한 봄기운을 만나면 오히려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집니다. 이것을 우리는 '춘곤증'이라고 부르죠. 이때 우리 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바로 '타우린(Taurine)'입니다. 자양강장제 한 병에 들어있는 타우린보다 훨씬 강력하고 흡수가 빠른 천연 피로 회복제가 3월의 바다에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바로 '봄 주꾸미'입니다. "가을에는 낙지, 봄에는 주꾸미"라는 말이 있듯이,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꽉 찬 주꾸미는 맛과 영양 모두 정점을 찍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비싼 돈 주고 산 주꾸미가 알고 보니 수입산 냉동이었거나, 손질을 잘못해서 질긴 고무줄처럼 변해버린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오늘 food-log는 3월 제철을 맞아, 머리에 든 것이 기생충인지 알인지 헷갈려 하는 분들을 위한 명쾌한 구별법부터, 식감을 망치는 '소금 세척'의 실수를 바로잡는 과학적인 손질법, 그리고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는 레시피까지 낱낱이 파헤쳐 드립니다.
🐙 봄 주꾸미 미식 포인트
- 알(Egg): 3월~5월 산란기의 암컷 주꾸미 머리에는 밥알 모양의 알이 가득 찹니다. 익히면 하얀 쌀밥처럼 고소하고 쫀득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 타우린 폭탄: 주꾸미 100g당 타우린 함량은 약 1,600mg으로, 낙지의 2배, 오징어의 5배에 달합니다. 피로 회복에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 손질 주의: 빨판의 뻘을 제거한다고 소금으로 문지르면 삼투압 때문에 수분이 빠져 질겨집니다. 반드시 '밀가루'를 사용해야 합니다.
1. 국산 vs 수입산, 호갱 탈출 구별법
주꾸미는 베트남, 태국, 중국 등에서 많이 수입됩니다. 수입산도 맛이 나쁘진 않지만, 제철 국산 생물 주꾸미의 야들야들함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상인들에게 속지 않는 '황금 고리'를 확인하세요.
| 구분 | 국산 (서해안 생물) | 수입산 (중국/베트남) |
|---|---|---|
| 몸통 색깔 | 전체적으로 짙은 갈색(초콜릿색)이며 반점이 선명함 |
희멀겋거나 회색빛이 돌고 반점이 흐릿함 |
| 황금 고리 (핵심) |
눈 아래쪽에 금색 고리 무늬가 선명하게 보임 |
금색 고리가 없거나 거의 보이지 않음 |
| 빨판 상태 | 빨판이 촘촘하고 흡착력이 강해 손에 붙음 |
빨판 색이 흐리고 힘이 없음 |
| 가격 (kg) | 3만 원 ~ 5만 원 (비쌈) | 1만 원 ~ 2만 원 (저렴) |
※ 알배기 확률: 봄철 국산 주꾸미를 산다고 100% 알이 있는 건 아닙니다. 암수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단골 가게라면 "암컷 위주로 골라주세요"라고 요청하거나, 머리를 눌러봤을 때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2. 머릿속 하얀 것, 기생충인가요?
주꾸미를 손질하다가 머리를 갈랐는데 하얗고 길쭉한 덩어리가 나와서 기겁하고 버리셨다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버리시면 안 됩니다!"
🍚 주꾸미의 정체성, '알(Egg)'과 '정소'
- 암컷의 알: 익히기 전에는 반투명한 흰색 주머니처럼 보이지만, 익히면 하얀 쌀밥(Rice grain)처럼 변합니다. 씹으면 톡톡 터지며 극강의 고소함을 냅니다. 우리가 봄 주꾸미를 먹는 이유입니다.
- 수컷의 정소: 하얗고 길쭉한 덩어리가 들어있다면 수컷의 정소(이리)입니다. 기생충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역시 먹어도 되는 부위이며 크림처럼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 진짜 기생충: 고래회충 등은 실처럼 가늘고 꼬불꼬불하며 움직입니다. 덩어리 형태인 알/정소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또한 주꾸미는 익혀 먹으면 기생충 위험이 0%에 가깝습니다.
3. 질긴 주꾸미는 가라! 과학적 세척법
낙지나 문어, 주꾸미 같은 두족류는 빨판에 뻘과 이물질이 끼어 있어 세척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소금'을 쓰는 순간 5만 원짜리 주꾸미가 5천 원짜리 고무 씹는 맛으로 변합니다.
🧂 밀가루 vs 소금, 승자는?
4. 찰떡궁합 1: 미나리 샤브샤브
봄 주꾸미 본연의 맛을 즐기려면 양념 볶음보다는 '샤브샤브(숙회)'가 최고입니다. 이때 국물의 시원함과 해독 작용을 돕는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미나리의 향긋함이 해산물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풍부한 칼륨이 나트륨 배출을 돕습니다. 멸치 육수에 무와 미나리를 넣고 끓이다가, 손질한 주꾸미를 '10초~30초'만 살짝 데쳐 드세요. 오래 익히면 질겨집니다. (머리는 5분 이상 충분히 익혀야 합니다.)
5. 찰떡궁합 2: 주꾸미 삼겹살 (쭈삼)
담백한 샤브샤브도 좋지만, 매콤한 양념이 당길 때는 돼지고기 기름과 만났을 때 폭발하는 감칠맛을 놓칠 수 없습니다.
삼겹살의 지방이 매운 양념의 자극을 중화시키고, 주꾸미의 타우린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줍니다.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상호 보완 관계입니다. 볶을 때는 센 불에서 빠르게 볶아야 물이 생기지 않습니다.
6. 마무리하며: 봄을 이기는 맛
봄이 되면 괜히 졸리고 입맛이 없다고요? 우리 몸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럴 때 영양제 한 알보다 더 좋은 것은 제철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하얀 쌀밥이 가득 찬 봄 주꾸미 한 마리면, 집 나간 입맛은 물론 활력까지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식탁 위에 봄 바다를 차려보세요.
- 제철 미식의 즐거움, food-lo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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